'절제' 불교에서 유독 금욕을 강조하는 이유
수행에 인생을 건 출가자들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계율은 금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가 다른 종교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윤리적인 관점에서 성생활을 금하는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칸트는 진정한 이성적 존재는 맹목적인 본능을 거부하고 이성적 명령에 복종할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언급한 바가 있죠
인간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맹목적인 '의지' 즉 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성욕을 분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돼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이런 이성적 통찰을 하지 않고 자연적인 본능에 따라 무분별하게 성적 욕망을 분출한다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인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겠죠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도 이런 윤리적인 차원에서 '성'에 대해 예민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이면에는 더 놀라운 통찰이 숨어있습니다. 생명체의 근본적인 에너지인 '성'에너지를 '이성'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2024.01.16 - [origin/불교] - 염신경(念身經) 몸을 염해서 마음을 안주하다
저번 포스팅에서 마음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수행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왜 성에너지를 이성으로 컨트롤해야 한다면, 성에너지를 잃지 않고 뇌와 신체에 최대한 보존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운동, 영양, 수면 다 중요하긴 합니다만, 제일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금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성에너지를 최대한 보존시켜야 하는 이유
대다수의 사람들은 욕망을 자유의지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한다고 착각하지만, 결국은 종족번식에 사용하기 위한 방향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의 뇌는 종족 번식에 대한 보상을 대량의 도파민을 터트림으로써 보상해 주는 방식이었는데, 현대에 들어서 온갖 성적인 자극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도파민을 분출하는 쾌락 그 자체의 목적으로만 사람들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 것입니다
생명체는 세포재생과 종족번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만족할 만큼의 충분한 에너지를 가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한정적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번식에 쓰는 것이 유전자 존속에 유리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당 부분의 에너지를 번식에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여성은 의무적으로 난자를 생성해야 하며, 남성은 감당할 수 없는 성욕 때문에 어떻게든 분출할 대상을 찾게 돼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은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을 통해 역할이 분담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능에 의해 강제로 종족번식에 투자되는 성에너지를 변환시켜, 스스로에게 재투자하는 것은 한 사람의 역량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돼있습니다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방종'이 아니라 '절제'
서론에서 열심히 설명드렸다시피, 금욕을 스님들이나 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매우 크나큰 실수입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남자 구실을 하고 살려면 반드시 경각심을 가지고 '성'을 다뤄야 합니다 MZ용어로 '찐따'와 '딸보'는 매우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불교수행을 하지않더라도 성에너지를 자위하는데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고, 책을 읽어서 여성들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멋진 남성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금욕을 해야 하는 3가지 이유
1. 윤리적인 문제 : 공동체유지를 위한 직접적인 생명활동과 관계없는 무분별한 성적쾌락추구는 이성적인 통제와 의미부여가 가해지지 않는 순전한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2. 사회적인 문제 : 물론 방탕한 사람 역시 그렇게 실존하고 살아갈 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타락과 방탕은 결국 자기 자신뿐 아니라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피곤하게 만들게 됩니다. 반드시 비참한 종말을 맞이할 때 어떻게든 주변인들에게 크고 작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돼있습니다
3. 철학적인 문제 : 다른 모든 동물들은 그저 본능에 의해서 태어났다가, 이 세상의 미스터리에 어떠한 의문도 갖지 못한 채 다시 자연으로 끌려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인간만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맹목적인 의지 즉 '본능'에 끌려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성찰함으로써 무작정 끌려가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성'을 가진 존재는 성에 대해 근본적인 수치심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면 본능에 맹목적으로 끌려간다는 것은 '인간'으로 살길 포기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입니다
'명심견 성(性)' 타 부시 되는 내면적인 주제
성적욕망 같은 본능적인 것은 사실 이 세계의 가장 본질적인 주제라고 파악되지만, 아무래도 필자도 여느 사회생활을 하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보니 거리낌 없이 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젠 사회적으로 이런 내면적으로 거리낌이 있는 주제에 대해 객관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지식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억누르고, 숨기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것을 우리 모두 은연중에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도 요새 마음의 중심이 흩트려져서 금욕을 자주 실패하고 모든 의욕을 잃은 상태인 '현자타임'을 겪고 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마음을 다시 단단히 다잡아 보고자 합니다. 필자도 10년 동안 금욕을 도전했다 실패했다 반복하면서 이게 얼마나 엿같고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욕으로 주어지는 보상이 너무나도 크기에 가끔 잠깐 엇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와서 지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추후에 필자가 처음 금욕이란 것을 접하고 얻게 된 신체적, 정신적 이점에 대해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origin >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성제와 삼법인을 제대로 알려면 한자 번역이전의 팔리어 두카(duhkha)의 뜻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2) | 2024.05.28 |
---|---|
방대한 불교교리의 핵심 사성제와 팔정도 (1) | 2024.05.23 |
염신경(念身經) 몸을 염해서 마음을 안주하다 (2) | 2024.01.16 |
부처님이 마음만 닦으라고 하셨다고? (11) | 2023.11.13 |
불교의 태동 힌두교 '범아일여(梵我一如)'사상의 다음단계 (5) | 2023.08.09 |